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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錦城)이 비록 즐겁다고 하지만, 일찍 집에 돌아감만 못하다.
[錦城雖云樂 不如早還家]

이 문장은 흔히 '이태백(李太白)'라 불리는 당(唐)나라의 시인 이백(李白, 701-762)의 시 〈촉도난(蜀道難)〉에 있는 글귀이다. 금성은 곧 금관성(錦官城)으로 촉(蜀) 지역의 가장 큰 도시인 성도(成都)의 별칭인데,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가 성도에서 촉한(蜀漢)을 세웠기에 이런 지명이 낯설지 않다.

촉으로 떠나는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알려진 이 시 〈촉도난〉에서, 이백은 촉 지역으로 향하는 여정의 험난함에 대해 처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제목에 쓴 문장의 직전 부분은 다음과 같다.

아침에는 사나운 호랑이 피하고 저녁엔 긴 뱀 피해도
[朝避猛虎 夕避長蛇]
이빨 갈고 피 빨아 삼대(麻)처럼 많은 사람 죽이니
[磨牙吮血 殺人如麻]

단순히 풍류를 즐기기 위해 떠난 발걸음이 아니라,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향해야 하는 여정이 바로 촉으로 가는 길이었다. 이어 '금성이 아무리...'가 나오고, 다음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촉도의 험난함이 푸른 하늘 오르기보다 더 어려워
[蜀道之難 難於上青天]
몸 기울여 서쪽 바라보며 길게 탄식하는구나
[側身西望長咨嗟].

앞으로 계속 나아가 끝내 금성을 방문하는 기쁨을 맛보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이만 가던 길을 되돌려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나을지를 두고 길목에 서서 한참을 고민하는 어느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서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루는 결실이 손쉽게 얻은 결과보다 몇 배나 큰 기쁨을 준다고 하지만, 그러한 성공보다 진실로 소중한 것이 어쩌면 내가 시작한 지점 혹은 떠나온 곳에 있을지 모른다.

그곳은, 문자 그대로 가족들이 기다리는 있는 아늑한 집일 수 있고 때로는 친구가 있는 곳일 수 있다. 요즘에는 반려동물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목표를 쫓는 사이에 잊기 쉬운, 진짜 내 삶에서 성취해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


사람에 따라 〈촉도난〉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후세 사람들의 마음을 관통하는 어떤 것이 바로 이 문장 '금성이 아무리 즐겁다 하지만, 일찍 집에 돌아감만 못하다'에 있었기에 우리 선조들도 여러 글에서 인용하였다.

특히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는 이 글귀를 담아 어느 사람에게 준 글에서 덧붙이기를,

그대의 재량에 달려 있을 뿐, 남이 권유하거나 저지할 바가 아니지 않은가.
[在君量裁 非人所可勸沮耳]

라고 하였다.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돌아갈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그렇다. 각자 인생에서 나아가고 물러서는 것은 스스로 정할 일이다. 다만 그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워 최선의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나는, 우리는 어떤 곳 어느 어귀에 서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앞뒤로 바라보며 주저하고 있는 것은 〈촉도난〉을 읽고 느낀 바가 있었기 때문일까.



아! 내가 바로 그 〈촉도난〉의 주인공이로구나!

나는 오늘 이태백에게 시를 받은, 이백의 벗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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