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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부 소재 중추부(中樞府) 전경 사진
중추부(中樞府) 청사 전경


위 사진은 조선시대 중앙 관청 중 하나인 중추부(中樞府)의 청사 전경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조선총독부박물관 유리건판 사진 가운데 하나이며, 표제는 '授産場 朝鮮人 住宅(수산장 조선인 주택)'입니다.

중추부는 현재 세종대로(世宗大路), 옛날 육조거리[六曹街] 서편에 있었습니다. 한성부(漢城府) 서부(西部) 적선방(積善坊)이며, 현재 지번 주소로는 세종로 77-6번지 정부서울청사 남쪽 지역입니다.

사진에서 가장 번듯하게 보이는 건물은 중추부 당상대청(堂上大廳)입니다. 당상대청은 중앙 각 관청에서 정3품 당상관 이상 고급 관원이 근무하는 공간(대청)입니다. 원래 기둥만 있어야 할 외측에 흰색 벽체가 세워지고 유리 창호가 설치된 행태로 한옥 건물이 개조된 상태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추부 행랑(行廊) 너머로 삼군부(三軍府) 총무당(總武堂) 일부와 청헌당(淸憲堂) 지붕이 보입니다. 예조(禮曹) 청사가 있던 곳입니다.


수산장(授産場)의 수산(授産)은 '가난한 사람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을 뜻하며, 1910년 한일병합조약(韓日倂合條約, 경술국치) 이후에 일본 황실이 하사한 은사금으로 각종 구제 사업이 신설 및 운영되었으므로 보통 '은사수산장'이라고 호칭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수산장은 창덕궁(昌德宮) 앞 옛날 금위영(禁衛營) 자리, 즉 운니동(雲泥洞) 98번지의 경성은사수산장(京城恩賜授産場)입니다. 이 유리건판 사진의 제목은 '수산장에서 일을 배우던 조선인 가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시대 중추부가 있던 이 건물이 마땅한 용도를 찾지 못하자 그 행랑 일부를 주택으로 개조하여 일시 민간인이 거주하도록 하였던 것 같습니다. 실제 사진을 보면 중추부와 삼군부 청사 사이에 있는 긴 행랑채에 사람(조선인? 일본인?)이 살고 있는 모습이 관찰됩니다.

중추부 청사는 대한제국 시대에 헌병사령부, 경시청 부속건물 등으로 사용되다가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경성헌병대 제2분대, 헌병대 관사(官舍) 등으로 활용되는데, 위 유리건판 사진을 촬영한 시점이 특정되지 않습니다. 중추부 마당에 아무런 구조물이 없는 것을 보면 1910년대 초반이 아닐까 추정합니다(1911년~1914년 사이?).


중추부는 정1품 관원이 기관장으로 있던 조선시대 최상급 관청입니다. 정1품 관원이 수장으로 있던 관청을 '정1품 아문(正一品 衙門)'이라고 하는데, 영의정과 좌의정, 우의정이 있던 의정부(議政府), 임금의 친인척이 임명된 돈령부(敦寧府), 왕의 사위를 위한 의빈부(儀賓府), 공신을 우대하기 위해 설치한 충훈부(忠勳府), 그리고 현직에서 물러난 관원을 우대하기 위한 중추부가 바로 정1품 아문이었습니다. 이들 5개 최상위 관청을 오상사(五上司)라고 합니다.

정1품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등의 직책에서 물러나면 의례적으로 정1품 영중추부사(정원 1명) 또는 종1품 판중추부사(정원 2명)로 임명하였고, 정2품 판서 직책을 지냈으면 면직 당시의 품계에 따라 종1품 판중추부사, 정2품 지중추부사(정원 6명) 등에 임명되었습니다. 이외에 종2품 동지중추부사(정원 8명), 정4품 당상관인 첨지중추부사(정원 8명) 등도 있었습니다.

보통은 직함을 표기할 때 관청명+관직명으로 적지만, 중추부나 의금부, 성균관 등에 설치되었던 영사(領事), 판사(判事), 지사(知事), 동지사(同知事), 첨지사(僉知事) 등 관직은 '사(事)'를 제외한 관직명을 관청명 앞에 붙여서 영삼군부사, 판돈령부사, 첨지중추부사 등으로 표기하였습니다. 중추부는 실무에서 물러난 고급 관료를 예우하기 위한 관청이었으나, 때로는 중추부 직함을 가지고 국정에 참여하여 발언하거나 각종 임시 직무를 수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육조거리에 있던 조선시대 주요 관청의 중심 건물(당상대청) 모습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사진 가운데 하나인, 중추부 청사 유리건판 사진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봤습니다.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리건판 사진 링크 : 수산장 조선인 주택 (건판029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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