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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은 조선시대와 대한제국 시기의 관아(官衙, 관청)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올리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본 블로그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글은 작년 2021년 1월에 올렸던 '대한민국 육군 및 북한군 전차대대 편제'입니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계신 주제인 군사 분야에 관한 글을 한 번 더 올려보겠습니다. 이번 글은 보병부대의 소대, 분대 편성에 관한 내용입니다.

※ 본 글은 대한민국 국군 부대의 편성 또는 편제를 정확하게 정리하거나 설명한 것이 아닙니다. 즉, 군부대의 기본적인 편성 제도(시스템)를 가볍게 설명하는 글입니다. 항상 군사보안에 유의합니다.


보병 소총분대 편성 (Infantry Rifle Squad Organization)
1번 그림 - 보병 소총분대 편성 사례


위 1번 그림의 편성표는 육군 보병부대의 소총분대 편성 사례입니다. 소총분대를 보병분대라고도 하는데, 보병(步兵, Infantry) 병과로 이루어진 분대도 여러 종류로 세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소총(자동소총)을 주요 무기로 장비한 분대를 이처럼 '소총분대(小銃分隊, Rifle Squad)'라고 부릅니다.

분대(分隊)는 부대 단위입니다. 부대 단위에 관해서는 전차대대 편제를 다룬 지난 글[새창으로 열기 링크]에서 표로 정리한 것이 있으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분대는 분대장을 포함해 6명에서 12명 사이의 병사로 이루어진 최소 임무 단위입니다. 즉, 대대장, 중대장 등의 지휘관이 부하 병사에게 어떤 임무를 부여하거나 과업을 지시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규모의 조직입니다. "제2소대 제1분대는 A 마을로 가서 중요 길목인 B 다리를 지킨다." 등과 같은 것이죠. 

1번 그림의 상단은 총원 10명으로 편성된 분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분대장은 하사(下士, Staff Sergeant)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상황에 따라 병장(兵長, Sergeant) 또는 상병(上兵, Corporal)이 맡기도 합니다. 10명 편성의 분대를 5명씩 2개의 조(組, Team)로 나눠서 분대장과 부분대장이 각각 담당합니다. 제1조(또는 A팀)에는 자동소총 4정과 유탄발사기 1정, 제2조에는 자동소총 3정과 분대지원화기인 경기관총 1정, 그리고 유탄발사기 1정이 장비된 형태입니다.


유탄발사기(榴彈發射器, Grenade Launcher)는 수류탄(手榴彈, Hand Grenade)을 손[手]으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총처럼 발사하는 장비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기관총(機關銃, Machine Gun)은 무수히 많은 총알을 연발로 장시간 발사할 수 있는 총이라고 보면 됩니다. 한 사람이 손쉽게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는 가벼운 기관총을 경기관총(輕機關銃, Light Machine Gun, LMG), 주로 한 곳에 고정 설치해서 더 먼 거리를 사격하는 무거운 기관총을 중기관총(重機關銃, Heavy Machine Gun, HMG)이라고 합니다. (너무 풀어서 설명했나요?)

잠깐 편성과 편제라는 용어에 관해 적어봅니다. 편성과 편제를 혼용하기도 하는데, 편성은 주로 인력(인원, 병력)을 중심으로 한 조직 구성을 뜻합니다. 이를 흔히 인원편성표(Table of Organization)라고 하며, 어떤 조직에는 어떤 사람 몇 명, 어떤 곳에는 어떤 계급의 어떤 사람 몇 명, 이런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일반 사회에서도 '이번에 티오(TO)가 몇 명 났다'는 식으로 표현하죠. 편제는 이러한 편성에 장비 부분을 추가로 기술한 것입니다. 각 편성(조직)에 전차 몇 대, 장갑차 몇 대, 무전기 몇 개를 장비한다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병력 및 장비의 인가를 규정한 것을 편성장비표(Table of Organization & Equipment, TO&E)라고 합니다. (직업군인이 아닌 이상, 편성과 편제를 혼용해서 사용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네요.)


1번 그림의 하단은 총원 9명 편성의 분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분대장과 각 4명으로 구성된 2개의 조가 있습니다. 그리고 각 조에는 유탄발사기 1정, 경기관총 1정이 장비되어 있죠. 전체 인원은 상단의 10명 편성에 비해 1명이 부족하지만, 분대의 전체적인 화력은 하단 9명 편성이 더 강한 편입니다. 분대 전투력의 핵심인 경기관총을 2정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다만, 기관총 부사수나 탄약수가 없어서 사격 지속능력은 다소 약할 수 있습니다.

10명 편성이든 9명 편성이든 1개 분대가 두 개 조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공격 작전을 감행할 때는 1조가 엄호하면 2조가 돌격하고, 2조가 어느 정도 전진해서 자리를 잡고 엄호하면 다시 1조가 돌격하는 방식으로 교차 공격을 감행합니다. 상단의 10명 편성은 경기관총이 제2조에만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적진을 향한 돌격(기동)은 제1조가 우선 전담하고, 2조는 공격 개시 지점에서 1조의 돌격을 엄호(화력지원)하는 형태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적의 공격에 대비하는 방어 작전에 있어서는 기관총을 어느 지점에 배치할 것인지가 관건이 되겠죠.


보병 화기분대 편성 (Infantry Rifle Squad Organization)
2번 그림 - 보병 화기분대 편성 사례


위 2번 그림은 보병부대의 가장 말단인 분대의 또 다른 편성인 화기분대의 편성 사례입니다. 일반 소총분대보다 더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편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화기분대(火器分隊, Weapons Squad)'라고 합니다.

상단과 하단 모두 9명 편성인데, 상단은 중기관총 1정씩으로 된 2개 조로 편성되어 있고 하단은 중기관총 1정을 장비한 2개 조(2개 조를 묶어서 기관총조), 그리고 대전차 로켓 1개씩을 장비한 2개 조(2개 조를 묶어서 대전차조)로 되어 있습니다. 즉, 상단은 탄약을 다량 소모하는 장거리 사격의 중기관총을 제대로 운영하는 화기분대 편성이고, 하단은 보병을 지원하는 기관총을 장비하고 있으면서 적 전차(戰車, Tank)를 상대하기 위한 대전차 무기까지 가지고 있는 화기분대 편성입니다. 대전차 로켓은 '대전차로켓발사기(對戰車로켓發射機, Anti-tank Rocket Launcher, ATRL)'이며, 영화나 드라마의 등장인물이 어깨 위에 올려놓고 눈으로 조준해서 쏘는 장면으로 많이 나오는 바주카(Bazooka)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화기분대는 최일선에서 직접적인 공격, 방어 작전을 수행하기보다는 약간 후방에서 일반 소총분대의 임무 수행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약간 후방이라도 해도 소총분대, 화기분대 모두 근접전투(近接戰鬪, Close Combat)를 수행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자동소총 유효 사거리 밖에서 충분히 지원 가능한 중기관총 사격이라면 근접전투 범위를 일부 벗어나기는 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일반적인 소총분대를 폐지하고 모두 화기분대로 편성하면 부대의 전투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지 않으냐고 할 수 있지만, 화기분대가 장비하는 기관총은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기가 어려운 무게의 중기관총입니다. 또 대전차로켓도 중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장비를 가지고 적진을 향해 돌격하거나 기동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분대마다 기관총, 유탄발사기, 저격소총 등을 예전보다 많이 지급해서 1개 분대의 전투력이 예전보다 많이 강화된 상태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강화되었다는 이유로 분대 편성 인원을 한두 명씩 줄여나가고 있는 것이죠. (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한민국 육군의 소총분대도 2020년부터 기존 10명 편성에서 8명 편성으로 공식 개편되었다고 합니다.)


보병 소총소대 편성 (Infantry Rifle Platoon Organization)
3번 그림 - 보병 소총소대 편성 사례 #1


3번 그림은 여러 개의 분대로 편성한 소총소대(小銃小隊, Rifle Platoon) 편성의 한 사례입니다. 중위 또는 소위 계급의 소대장이 1명, 소대 내에서 가장 계급이 높은 선임 부사관(副士官) 1명, 그리고 간단한 응급처치를 담당하는 의무병과 무전기를 가진 통신병으로 구성된 소대본부(小隊本部, Platoon Headquarters)가 있고, 그 아래에 앞에서 살펴본 소총분대 3개, 화기분대 1개가 편성되어 있습니다. 전체 인원은 40명입니다.

제1분대, 제2분대, 제3분대의 소총분대가 각 8명 편성이라면 1개 소대 편성은 37명이 됩니다. 화기분대도 8명이면 36명이 되겠네요. 한 사람이 평생 직장생활, 조직생활을 하더라도 자신의 아래에 30명이 넘는 사람을 두고 있는 경우는 생각처럼 흔하지 않습니다. 학교 선생님이라면 작은 학교의 교장 정도가 되어야 하고 대기업이라면 이사 또는 부장 정도 직급이 되어야 하죠. 이런 점을 생각하면 (국군 장교의 경우 보통 20대 중반에 맡게 되는) 소대장이라는 직책이 가지는 무게가 절대 가볍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완전무장한 전투 병력 30여 명을 이끄는 리더이고, 소대장의 판단에 따라 그 생명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보병 소총소대 편성 (Infantry Platoon Total Organization)
4번 그림 - 보병 소총소대 편성 사례 #2


위 4번 그림은 소총소대 편성의 다른 사례입니다. 제1분대부터 제3분대까지 3개 소총분대만 두고 있고, 화기분대가 없는 대신에 소대본부에 중기관총 2정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대신 각 분대가 3번 그림처럼 9명 편성이 아닌 각 10명 편성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 인원 숫자는 40명 대 37명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만일 각 분대가 8명 편성이라면 34명이 되겠지요.

별도로 화기분대를 두지 않고, 이처럼 전투력을 증강시킨 일선 3개 소총분대만 가지고 1개 소대를 편성하기도 합니다. 3개 하위 제대(梯隊, Echelon)로 1개 제대를 편성하는 것을 삼각편제(三角編制, Triangular Organization)라고 합니다. 일종의 특수 부대라고 할 수 있는, 경량화된 장비로 신속 이동과 작전에 주안점을 둔 경보병(輕步兵, light infantry)도 이처럼 3개 분대 편성을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화기분대는 소총분대가 아니기 때문에 3번 그림도 전형적인 삼각편제입니다. 즉, 전투지원 역할을 하는 화기분대를 제외하고 1개 소대에 4개 소총분대가 있어야 사각편제가 됩니다.)


소대의 상급 제대인 소총중대 및 보병대대 편성에 관한 내용은 '다음 글(링크)'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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