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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평양진위대(平壤鎭衛隊) 군영
대한제국 시기 평양진위대 군영(軍營)


위 사진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독일 장교 헤르만 산더(Hermann Gustav Theodor Sander, 1868-1945) 수집 사진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진 제목이 '마을 전경'으로 되어 있으며, 민속박물관 '독일인 헤르만 산더의 여행' 전시도록에는 의미 불명인 'Antoken'으로 표제되어 있습니다. 사진 뒷면에 적힌 글귀라고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여러 건물, 풍경 등을 고찰하면 곧 서묘(西廟) 아래에 있었던 평양진위대(平壤鎭衛隊) 병영(兵營, 군부대)과 그 병사들의 훈련 모습입니다.

진위대 병영 북쪽에 있던 서묘(西廟)는 중국 삼국시대 인물 관우(關羽, ?-219)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祠堂)인 관제묘(關帝廟)입니다. 중국 청나라 때 관성대제(關聖大帝)로 추존하였고 대한제국에서도 1901년에 숭호(崇號)를 '현령소덕의열무안관제(顯靈昭德義烈武安關帝)'로 하여 황제국으로 예우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에 맞물려 서울에 있던 동묘(東廟, 1601년 東關王廟), 서묘(西廟, 1903년 崇義廟), 남묘(南廟, 1598년), 북묘(北廟, 1883년)에 더해 전국 각지에 관제묘를 신설하고 중건하였습니다. 1897년에 조성된 개성과 전주의 관왕묘가 대표적입니다. 작은 마을인 인천 화도진(花島鎭) 인근에도 관왕묘가 만들어졌고요.

평양에도 기존 사영사(思潁祠) 자리에 관제묘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평양 서묘입니다. 사영사는 1852년(철종11)에 평안감사를 역임한 김병기(金炳冀, 1818-1875)의 생사당(生祠堂)이었는데, 흥선대원군이 주도한 서원 훼철령에 따라 1871년(고종8)에 철거된 바 있습니다. 그 자리에 1893년(고종30) 관제묘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참고로 1905년 간행 《평양지(平壤誌)》 기록에 따르면 1881년에 관풍전(觀風殿) 옛터에 서묘를 건립했다고 합니다. 관풍전은 고려시대 서경(西京, 평양)의 전각입니다.

평양부 서묘 아래에는 원래 보군고(補軍庫)라는 평양 군부대 창고가 있었는데, 대한제국 시기에는 이 자리에 평안도 지역의 지방 군대인 진위대가 주둔하게 됩니다. 당시 평양 지도를 보면 이곳이 '兵營(병영)', '鎭衛隊(진위대)' 등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군영(부대) 앞(남남서쪽) 연병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부대입니다. 사진을 보면 병사 숙소가 병영 중심 건물인 대청(大廳, 본부) 좌우에 촘촘히 들어서 있으며, 약 1개 진위대대(鎭衛大隊) 병력이 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병장 위쪽에 연못이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평양성도(平壤城圖) 좌영(左營) 일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평양성도(平壤城圖) 일부


위 그림은 20세기 초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평양성도(平壤城圖)〉 중 일부분입니다. 평양성 동북문(東北門)인 장경문(長慶門) 안쪽 부분이며, 앞 사진에 등장하는 서묘(관제묘) 인근의 진위대 군영(軍營) 일대입니다.

사진의 진위대 군영 자리에 좌영(左營)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연못 동행지(東行池, 동양못)라는 연못 북쪽, 예전 강동창(江東倉) 창고 자리에는 우영(右營)이 보입니다. 이러한 좌영, 우영 등은 당시 평양성을 방어하던 군영이며, 시기에 따라 각 군영의 소재지에 변동이 있습니다. 빨간색 화살표로 표시한 깃대(?)는 앞의 사진을 확대하면 그 자리에 그대로 보입니다. 서묘 앞에도 동일한 깃대 2개가 그려진 것을 볼 때 용도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시기의 총융청(摠戎廳) 사진을 보면 수자기(帥字旗)가 걸려 있었습니다.

앞 사진의 연병장은 동행지 남쪽(그림에서는 서쪽)에 마련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못 옆에는 나중에 전원분국(典園分局, 전환분국)이 들어서고, 그 자리와 연병장 일대를 통합한 공간에는 일본 동아연초주식회사 분공장(分工場, 평양공장)이 건설됩니다. 이 연초제조소 평양분공장 건축 도면에 진위대 건물 일부가 그려져 전합니다.

대한제국 시기 지방 군대인 지방대(地方隊) 또는 진위대의 병영 모습, 병사 훈련 장면을 담고 있는 기록 사진이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건물 사진도 대개는 일본군 수비대(守備隊)가 주둔하고 있던 시기에 촬영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사진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사진 링크 : 마을 전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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