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야(山野)에 무수히 존재하는 석비(石碑)에는 그 비석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글귀가 새겨져 있기 마련인데,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인물인 경우에는 대개 직함(職銜, 관직명)과 성명(姓名, 이름)이 함께 나란히 새겨져 있다. 한문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므로, 대부분 한자로 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비석의 인물이 조선시대 사람인 경우에는 대개 직함의 서두에 '유명조선국(有明朝鮮國)'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신라 시대의 인물이면 '유당신라국(有唐新羅國)', 고려 시대 인물이면 '유원고려국(有元高麗國)'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이런 식의 표기는 고위 관직을 지낸 사람의 신도비(神道碑)나 묘갈(墓碣)인 경우에 특히 많은데, 이 '유명(有明)', '유당(有唐)' 등의 단어와 관련하여 풀이가 ..
공식 석상 등에서 대통령를 호칭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 '대통령님'이다. 그런데 도통 이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냥 '대통령께서' 정도로 하면 어감도 좋고 뜻도 충분히 전달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대통령이라는 단어에 이미 최고 존칭으로서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 '님' 자를 붙여 장관님, 국회의원님, 사장님, 선생님 하고 있기에, 대통령에게만 안 붙이면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혹은 지나친 격식 파괴라고 생각되어서 '님'을 붙인 것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제5공화국까지는 '각하(閣下)'라는 경칭을 붙여 '대통령 각하'라고 했고, 제6공화국, 즉 '보통사람'을 강조하던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대외적으로 각하 호칭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대통령 비서실,..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사이트에서 역사적 인물의 관직을 추증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만들 때 육조판서(六曹判書)의 서열이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정2품 판서로 추증(追贈)하더라도, 이조판서로 추증할 때와 공조판서로 추증할 때가 달랐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의 추증 관직이 판서급인 경우는 대개 '이조판서'였던 것에서 비롯된 궁금증과도 무관치 않다. 추증을 설명하자면, 어떤 인물이 죽은 후에 그 사람의 생전 관직(직함)을 올려주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의 계급, 훈장 추서(追敍)와 비슷한 일종의 포상(褒賞)이라고 할 수 있다. 증직(贈職)도 추증과 같은 의미의 단어인데, 생전에 관직이 있었던 경우는 증직, 관직에 진출하지 못했던 경우는 추증이라고 하는 것 같다(양자 사이에 명확한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님..
조선시대 '거북선[龜船]'의 정확한 형태가 어떤지에 관해서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철갑을 두르고 있었느냐, 쇠못이라도 꼽고 있었느냐, 거북이 머리에서 연기를 뿜었는지 총통 설치했는지, 2층과 3층의 내부 구조는 어떻고, 크기와 승조원 규모 등은 또 어떠했는지. 이런 논란에 오늘날까지 가중되는 원인은, 실제 거북선의 형태를 확정해 줄 수 있는 사료가 현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거북선을 촬영한 사진, 하다못해 실물을 보고 그린 정교한 그림이라도 한 장 전해지고 있다면 논쟁의 대부분이 종식되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기에서 아쉬움이 크다. 일제강점기, 아니 해방 직후에라도 거북선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 조선시대 수영(水營) 인근들 돌아다니며 관련 증언을 채록했더라면 오늘날처럼 의문이 꼬..
가끔 웹상에서 벌어지는 논란을 보면, 그 가운데 충무공(忠武公) 이순신(李舜臣) 장군의 무과(武科) 과거 급제(합격)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늦게 급제했다 = 무관 소질이 없었다', '합격 등수가 낮았다 = 역시 별 볼일 없었다' 등의 내용인데, 어떤 사람들은 '최하위 등급으로 합격한 것이고, 오늘날 계급으로는 하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군사편찬연구소에서 2003년 8월에 발행한 『군사(軍史)』 제49호에 「무과합격, 군관생활, 전술능력에 나타난 이순신의 무학연구(論.張學根)」라는 논문이 실려 있다. 이 논문의 내용을 토대로 몇 자 적어 본다. 1) 너무 늦게 급제했다는 논란 위 논문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이 급제(及第)한 해당 과거의 급제자 평균 연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