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다룰 이야기는 충청북도 청주(淸州)에 있었던 충청병영(忠淸兵營), 즉 충청도 병마절도사영(兵馬節度使營)에 관한 내용입니다. 병마절도사(兵馬節度使)는 조선시대 팔도(八道) 각 지역에 배치되었던 종2품 품계의 군사 지휘관 관직입니다. 병마절도사는 크게 겸임(兼任) 병사(兵使, 병마절도사)와 전임(專任) 병사로 나뉘는데, 겸병사라고 하는 겸임 병사는 각 도(道)의 최고 행정관인 관찰사가 예겸(例兼, 자동 겸임)으로 겸직하는 병사를 의미하고, 단병사(單兵使)라고 하는 전임 병사는 출신부터 무관(武官) 또는 무반(武班)인 전문 군인(軍人)이 임명된 병마절도사였습니다. 충청도에는 겸병사 1원(員), 단병사 1원이 있었습니다.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조선 후기 기준으로 수군절도사까지 겸임했던 겸병사인 관찰사는 ..

최근 몇 년 동안은 조선시대와 대한제국 시기의 관아(官衙, 관청)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올리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본 블로그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글은 작년 2021년 1월에 올렸던 '대한민국 육군 및 북한군 전차대대 편제'입니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계신 주제인 군사 분야에 관한 글을 한 번 더 올려보겠습니다. 이번 글은 보병부대의 소대, 분대 편성에 관한 내용입니다. ※ 본 글은 대한민국 국군 부대의 편성 또는 편제를 정확하게 정리하거나 설명한 것이 아닙니다. 즉, 군부대의 기본적인 편성 제도(시스템)를 가볍게 설명하는 글입니다. 항상 군사보안에 유의합니다. 위 1번 그림의 편성표는 육군 보병부대의 소총분대 편성 사례입니다. 소총분대를 보병분대라고도 하는데, 보병(步兵, Infant..

조선시대 관아 건축물의 배치와 형태를 추론할 때, 우연히 발견한 한 장의 사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진이 없었을 때는 문헌 기록이나 회화에 등장하는 건물의 묘사, 그리고 근래에 실시된 발굴조사 결과만을 가지고 실제 건물의 형태와 배치를 추정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고, 보고서나 논문으로 나온 결과물 자체의 정확성에도 의문을 품게 하는 사례가 많다. 사진이 단 한 장이라도 있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오늘 살펴볼 내용은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위 1번 이미지는 경상북도 청하군(淸河郡)의 군청(郡廳) 전경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2018년에 일본 경매 사이트에서 상당한 가격에 낙찰된 회엽서(繪葉書, 사진엽서) 가운데 하나인데, 이 엽서와 같이 낙찰된 사진엽서 한 장이 ..

본 블로그에서 관아 건축에 관한 글을 많이 올리고 있는데, 기초적인 용어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서 이해 증진 차원에서 (저도 아는 것이 없어서 몇 가지만 간략하게) 그림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1번 그림은 건물 칸(間)에 대한 내용입니다. 건물 1칸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1) 건물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 (기둥 2개 사이의 거리) 2) 건물 면적을 나타내는 단위 (기둥 4개로 이루어진 면적) 어떤 건물이 '4칸'이라고 하면, 정면 4칸으로 이루어진 건물임을 의미할 수도 있고 정면 2칸, 측면 2칸의 전체 면적이 4칸인 건물을 뜻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전자의 경우라면 측면이 몇 칸인지에 따라 전체 면적이 정해집니다(전체=정면x측면). 보통은 면적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지만, ..

울릉도(鬱陵島)에 설치된 울릉군(鬱陵郡)은 전국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군(郡)이다. 면적도 가장 작지만, 인구수가 2022년 4월 기준 9천여 명(9,003명)에 불과할 정도의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이다. 읍(邑)이나 동(洞)의 승격 또는 분할 기준이 2만 명인 것을 생각해 보면 하나의 독립된 군 인구가 여느 도시의 읍이나 동 규모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울릉군이 처음 군(郡) 단위로 승격되고 군청이 설치된 것은 대한제국 시기인 1900년 10월이었다. 당시 칙령(황제의 명령) 일부는 아래와 같다. - 대한제국 칙령 제41호, 울릉도를 울도로 개칭하고 도감을 군수로 개정하는 건 제1조. 울릉도를 울도(鬱島, 鬱嶋)라 개칭하여 강원도에 부속하고 도감(島監)을 군수(郡守)로 개정하여 관제(官制) 가운데 편입..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조선시대 관아(관청) 건물을 복원하는 움직임이 많이 보이고 있다. 명분은 지역 랜드마크 건립, 지역 주민의 자긍심 고취, 관광자원 건설을 통한 지역 활성화 등을 내세우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시장, 군수 등의 자치단체장 치적 쌓기 사업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민선 시장 또는 군수가 자신의 임기 내에 추진하는 이러한 관아 복원의 문제점에 대해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짧은 글을 적어 본다. 1. 강원도 원주시 강원감영 복원 (2005년) 옛날 원주(原州)에는 강원감영(江原監營)이 있었다. 감영(監營)은 관찰사가 근무하던 곳으로 오늘날의 도청(道廳)에 해당하는 기관이었다. 즉, 조선시대 강원도의 도청이 바로 원주에 있었다. 특히 관찰사가 업무를 보던 강원감영의 중심 건물인 선화당(宣化堂)..
명년에는 또 어느 곳에 가 있을지 알지 못한다 : 不知明年又在何處(부지명년우재하처) 인생을 살면서 한 번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고전 문구는 아니지만, 한곳에 오래 정착해서 살아가기가 어려운 현대 사람들의 처지를 이보다 잘 나타내는 문장이 있을까 싶다. 마음 먹은대로, 계획한대로 인생을 살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지만, 이런저런 이유와 사건들로 인해 몇 년 후에 내가 있을 곳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평생직장 개념이 흐려진 시기에는,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삶보다는 개인의 행복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이 많아진 지금에는 더욱더 그렇다. 옛날 동양 전통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선망하는 최고의 직업이 관직이었고, 그 관직에 진출해 생활하다 보면 지방관이 되어 이곳저곳을 떠도는 경우가 ..